
I-15 고속도로를 타고 남가주에서 네바다로 넘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프림(Primm)의 간판들이다. 주 경계선에 걸터앉은 이 작은 마을의 카지노 단지가 7월 4일 문을 닫을 예정이었다가, 운영권이 바뀌면서 폐쇄를 면했다. 프림 일가가 소유한 프림밸리 카지노 리조트(Primm Valley Casino Resort), 버펄로 빌스 리조트 앤 카지노(Buffalo Bill’s Resort & Casino), 위스키 피트 호텔 앤 카지노(Whiskey Pete’s Hotel & Casino)와 주변 주유소·편의점은 지난 6월 9일 라스베이거스 본사를 둔 테리블스(Terrible’s)와 운영권 계약을 체결했다. LA를 비롯한 남가주 주민들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기 전 들러 식사하고 쉬고 카지노를 즐기던 대표적 중간 기착지가, 간판을 내리지 않게 된 것이다.
전환은 두 단계로 이뤄졌다. 테리블스는 7월 1일 프림 센터와 셰브론 주유소, 플라잉J(Flying J), 위스키 피트 트래블 스토어, 로또 판매점, 스타벅스 등 비게이밍 시설의 관리를 먼저 인수했고, 이들 매장은 독립기념일 연휴 직전인 7월 2일까지 순차 재개장했다. 카지노 운영권은 7월 5일 0시 1분을 기해 어피니티 인터랙티브(Affinity Interactive)의 자회사 프리마돈나 컴퍼니(The Primadonna Company)에서 테리블스로 넘어갔다. 폐쇄를 앞두고 텅 비어 있던 프림 푸드센터 편의점 진열대에는 1일부터 상품 재입고가 시작됐고, 테리블스는 잔류를 희망한 직원 약 300명 전원을 재고용하며 사내 직원 숙소도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5월의 폐쇄 통보, 6월의 반전
붕괴의 신호탄은 5월에 울렸다. 기존 운영사 어피니티 게이밍(Affinity Gaming)은 모든 사업장을 7월 4일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직원들에게는 7월 6일까지 회사가 제공한 숙소를 비워달라는 안내가 함께 나갔다. 네바다주 고용훈련재활국(DETR)에 제출된 신고서에는 344명의 영구 해고가 기재됐으며, 이 가운데 약 250명이 프림의 직원 숙소에 살고 있었다. 스콧 부테라(Scott Butera) 어피니티 최고경영자는 5월 규제 당국 청문에서 슬롯머신 교체와 신규 사이니지 설치 등 수년간의 투자에도 실적 하락을 되돌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15년 가까이 이 부지를 임차해 운영해왔으나 임대 조건 재협상이 무산됐고, 프림에서 연간 1000만~1500만 달러의 손실이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땅 주인인 프림 일가는 즉각 새 운영사를 찾아 나섰다. 창업주 어니 프림(Ernie Primm)의 손자이자 프림 사우스 부동산(Primm South Real Estate Company) 대표인 코리 클레멧슨(Cory Clemetson)이 협상을 이끌었다. 34개 주에서 84개 트럭정류장을 운영하는 LV페트롤리엄(LV Petroleum)이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일대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고, 6월 9일 테리블스와의 계약이 발표됐다. 클레멧슨은 관심을 보인 여러 사업자 가운데 테리블스가 프림의 장기적 성공에 대한 확신을 공유했다는 점을 선택 이유로 들었다.
규제 문턱을 사흘 만에 넘다

계약이 성사돼도 면허 없이는 슬롯머신 한 대 돌릴 수 없다. 네바다 게임통제위원회(Nevada Gaming Control Board)와 게임위원회(Nevada Gaming Commission)는 6월 25일 특별회의를 열어 세 카지노에 대한 비제한 면허와 프림 센터의 제한 면허를 승인했다. 게임위원회는 5 대 0으로 1년짜리 면허를 의결해, 7월 4일 폐쇄 시한 전 영업 공백을 막았다.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절차였다.
팀 허스트(Tim Herbst) 테리블스 사장은 “프림은 네바다를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라며 “프림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투자와 관광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겠다. 프림의 최고의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규제 심의 자리에서 그는 이번 이전이 통상적인 형태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 조 롬바르도(Joe Lombardo) 주지사와 마이클 나프트(Michael Naft) 클라크카운티 위원장이 폐쇄를 막기 위해 절차를 앞당기는 데 협력했다고 언급했다. 조지 아사드(George Assad) 게임통제위원은 프림에서 아무도 일자리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고, 마이크 드라이처(Mike Dreitzer) 위원장은 주 경계를 넘는 방문객이 처음 마주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프림이 네바다의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짚었다.
허스트 가문에게 프림은 낯선 곳이 아니다. 이들은 2007년 슬롯머신 운영사 허스트 게이밍(Herbst Gaming)을 통해 MGM 미라지로부터 이 세 리조트를 사들였다가, 2년 뒤 금융위기 국면에서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지분을 내려놨다. 그 허스트 게이밍이 이름을 바꾼 회사가 지금의 어피니티 게이밍이고, 사모펀드 Z캐피털 파트너스(Z Capital Partners)가 2017년 어피니티를 인수했다. 프림의 운영권은 결국 원래 주인 가문으로 돌아온 셈이다. 60년 넘게 편의점과 트래블플라자, 카지노·라운지를 운영해온 테리블스는 인근 진(Jean)에서 로드하우스를, 캘리포니아 예이츠웰로드에서 복권을 파는 주유소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세 채의 호텔, 남은 것은 한 채
테리블스가 넘겨받은 프림 단지는 이미 대부분 비어 있었다. 카지노 회랑은 1977년 위스키 피트가 문을 열며 시작됐고, 1990년 프리마돈나 리조트(현 프림밸리 리조트), 1994년 버펄로 빌스가 뒤를 이었다. 개장 당시 세계 최고 높이·최고 속도급으로 꼽히던 롤러코스터 ‘데스페라도(Desperado)’와 모노레일, 통나무 급류 시설이 가족 단위 여행객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버펄로 빌스는 2020년 3월 코로나19 국면에서 임시 휴업한 뒤 상시 영업을 회복하지 못했고, 위스키 피트는 2024년 12월 문을 닫았다. 어피니티가 손을 뗄 무렵 실제로 영업 중인 카지노는 프림밸리 한 곳뿐이었으며, 이곳마저 6월 29일 영업을 멈춘 상태에서 운영권이 넘어갔다.
쇠퇴의 배경으로는 남부 캘리포니아 부족 카지노 확산이 지목된다. 네바다대 라스베이거스(UNLV)의 게임 역사학자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는 캘리포니아 안에서 도박이 가능해지면서 주 경계까지 차를 몰 이유가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중간 기착지의 가치는 그 앞뒤로 아무것도 없을 때 성립한다. 한때 미국 상위권 아웃렛으로 꼽히던 프림밸리 리조트 부속 쇼핑몰은 현재 중고품 매장 한 곳만 남았고, 두 곳의 골프코스도 방치됐다. 테리블스가 넘겨받은 것은 성업 중인 리조트 단지가 아니라, 상당 부분이 멈춰 선 자산이다.
재개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테리블스가 당장 약속한 것은 프림밸리 카지노의 수주 내 재개장이다. 회사는 개장일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설 리모델링과 식음료 시설 확충, 여행객 편의시설 개선, 인프라 정비 등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다만 규제 심의 과정에서 밝힌 초기 계획은 이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 즉각적인 자본 투입은 인명·안전 관련 공사로 제한되며, 버펄로 빌스는 면허 유지를 위해 특별 행사가 있을 때 간헐적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 검토됐다. 위스키 피트는 계속 닫아두되 슬롯머신 18대가 놓인 부속 주유소만 운영한다는 것이 당시 설명이었다.
허스트 사장은 프림의 장기 전망을 고속철도와 보조 공항에서 찾는다. 라스베이거스와 남가주를 잇는 브라이트라인 웨스트(Brightline West) 노선이 개통되고 인근에 공항 기능이 더해지면, 통과 지점에 불과했던 마을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프림 일가 역시 임대인으로서 운영에 더 밀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레멧슨은 지난 30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며, 네바다 역사에 남을 재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령도시를 되살릴 수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남은 질문
폐쇄를 피한 것과 되살아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계약이 지켜낸 것은 일자리 300개와 주 경계의 간판, 그리고 트럭 운전사와 여행객이 기댈 주유소와 편의점이다. 카지노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여전히 어둡고, 그 두 곳을 다시 켜는 데 얼마가 들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어피니티가 수년간 감당하지 못한 연 1000만~1500만 달러의 적자 구조가 운영사 교체만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프림의 문제는 결국 사람들이 왜 이곳에서 차를 세워야 하는가로 돌아온다. 도박은 이제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가능하고, 라스베이거스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데스페라도가 다시 굴러가는지, 아웃렛에 매장이 돌아오는지, 브라이트라인 웨스트가 실제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지가 앞으로 몇 년의 관전 포인트다. 1년짜리 면허를 받아 든 테리블스에게 첫 시험대는 프림밸리 카지노의 재개장 이후 몇 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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