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닿는 곳에 도시가 생기고, 도시는 그 배가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로 먹고산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낀 부산 동구가 7월 8일 관광특구로 최종 지정됐다. 크루즈를 중심 테마로 내건 관광특구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부산시는 동구의 신청을 접수한 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분석으로 법정 요건 충족을 확인했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지정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구 구역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부산역과 차이나타운, 초량전통시장, 초량이바구길,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일본식 가옥 ‘오초량’ 일대를 아우르는 1.48㎢다. 부산에서 새 관광특구가 나온 것은 2008년 용두산·자갈치 이후 18년 만이며, 1994년 해운대를 포함하면 이번이 세 번째다. 관문 시설과 원도심의 근대 유산을 한 벨트로 묶었다는 점에서, 배에서 내린 승객의 동선 자체를 특구 경계로 삼은 설계에 가깝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동구인가
이 지정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산항에서 벌어진 숫자의 급변이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 크루즈 입항은 2024년 114항차에서 2025년 203항차로 늘었고, 올해는 개항 이래 최대인 420항차가 예정돼 있다. 관광객 수로 보면 지난해 약 25만 7000명이 부산항을 찾았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19항차 32만여 명이 다녀갔다. BPA는 연말까지 약 70만 명이 부산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달 30일 공사가 발표한 ‘2030 부산항 크루즈 산업 활성화 계획’은 2030년까지 520항차·관광객 100만 명을 목표로 내걸었다.
늘어난 배를 항구가 감당하는 문제와, 내린 승객을 도시가 붙잡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과제다. 크루즈 승객의 기항지 체류는 대개 반나절 안팎이라, 터미널에서 걸어 닿는 거리에 볼거리와 소비처가 없으면 관광객은 배 안으로 되돌아간다. 동구는 그 반나절 동선 안에 부산역과 차이나타운, 전통시장, 근대문화 자산을 모두 품고 있으면서도 인구가 줄고 상권이 가라앉은 원도심이다. 부산시가 특구의 무대로 이곳을 고른 이유이자, 부산시가 이번 지정에 기대를 거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는 해양수산부 이전과 북항 재개발 사업이 맞물리며 낙후된 원도심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번질 것으로 본다. 특히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 들어설 시설의 활용도를 끌어올려 재개발 자체를 촉진하는 효과도 겨냥한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이번 관광특구 지정은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상과 항공에 더해 바닷길로 들어오는 관광객까지 겨냥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부산 전역의 관광자원을 한층 고도화하고 다채로운 글로벌 관광 콘텐츠를 새로 조성해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모두가 행복한 부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원도심 메가 관광벨트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인근 서구 송도관광지와 천마산 복합전망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구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관광특구는 관광진흥법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관계 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완화하도록 설계한 지역이다. 문턱은 낮지 않다. 시행령상 최근 1년간 그 지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만 명 이상(서울은 50만 명 이상)이어야 하고, 상가·숙박·공공편익·휴양오락 시설을 갖춰야 하며, 임야·농지·공업용지처럼 관광 활동과 무관한 토지가 전체 면적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지정 권한은 2004년 법 개정으로 시·도지사에게 넘어왔고, 이번 지정도 그 절차를 따랐다.
일단 지정되면 혜택은 재정과 규제 양쪽에서 들어온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대여·보조를 받을 수 있고 국비 지원사업 추진에도 유리해진다. 옥외광고물 허가 기준이 완화되고, 공개공지 사용과 지구단위계획 지정, 분양가 상한제 관련 특례 등도 함께 적용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관광특구 지정효과 분석’은 특구 지정 시 지역경제가 약 5.5% 성장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부산시는 1994년 지정된 1세대 특구들, 즉 설악·경주·유성·해운대·제주에서는 10~20%가량의 경제 성장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