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카지노 청주 이전 최종 무산…법원 항소 기각으로 법정 공방 마침표

평창 카지노 청주 이전 최종 무산…법원 항소 기각으로 법정 공방 마침표

강원 평창에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충북 청주 도심의 호텔로 옮기려던 시도가 2년 6개월 만에 법정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행정1부(이양희 부장판사)는 9월 2일 청주 엔포드호텔(옛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운영사 ㈜중원산업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계획변경 승인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호텔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각하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의 구체적인 기각 사유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출발점은 ‘입장객 0명’의 평창 카지노

청주로 옮겨오려던 카지노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의 홀리데이 인(Holiday Inn) 호텔 1층에 있던 알펜시아 카지노다. 뿌리는 1980년 속초 설악파크호텔에 문을 연 강원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2010년 이를 인수한 사업자가 2012년 3월 평창으로 영업장을 옮겨 670㎡ 규모에 룰렛·바카라 등 8종 57대의 기기를 들였다. 기대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오지 않았고, 2014년 4월에는 내국인 출입이 경찰에 적발돼 사업주가 바뀌는 곡절도 겪었다.

실적은 참담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 대상 매출 기준으로 2018년 2억3,800만원, 2019년 2억4,400만원, 2020년 2,600만원을 기록한 뒤 2021년과 2022년에는 매출이 아예 없었고, 2021년 입장객은 0명이었다. 해마다 10억원대 적자를 견디지 못한 운영사는 2023년 11월 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휴업을 신고했고, 청주국제공항을 낀 충북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왜 청주였나… 법에 구멍이 있었다

왜 청주였나… 법에 구멍이 있었다

관광진흥법 제21조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국제공항이나 국제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시·도의 최상 등급 호텔 등에서만 허용한다. 청주국제공항이 있는 충북에서 지역 언론이 유일한 특급호텔로 꼽아온 곳이 청원구 율량동의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이었고, 카지노 운영사는 2024년 3월 이 호텔 2층에 대해 3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미 허가를 보유한 사업자의 영업소 이전은 문체부 변경허가 사항이다.

문제는 이 호텔이 학교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었다. 신흥고와는 50m 남짓, 주성중과는 250m가량 떨어져 있고, 청주교육지원청 집계로 반경 500m 안에 학교 7곳, 학생 5,319명이 있다. 그런데도 당시 교육환경보호법이 학교 경계 200m 안에서 금지하던 30여 개 업종에 PC방은 있어도 관광진흥법상 관광사업으로 분류된 카지노는 없었다. 교육당국조차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고 인정하던 상황이었다.

반대의 조직화, 그리고 1호 법안

반대는 2024년 3월 중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청주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가 3월 18일 기자회견으로 포문을 열었고, 이튿날 청주교육지원청이 인근 학교의 의견을 모아 청주시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주민들은 3월 20일 카지노 입점 반대 범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4월 12일 호텔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4월 8일 시작한 반대 서명은 보름 만에 목표치 2,000명의 두 배가 넘는 5,600여 명을 모았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청주 청원이 지역구인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6월 10일 교육환경보호구역 금지시설에 카지노업을 추가하는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안을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고,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7월 18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상정했다.

청주시 불승인, 호텔의 소송, 바뀐 법

중원산업은 2024년 5월 22일 판매시설인 호텔 2층 3,188㎡와 3층 688㎡ 등 3,876㎡를 위락시설로 바꾸는 관광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청주시에 신청했다. 시는 18개 부서와 외부 3개 기관의 검토를 거쳐 6월 17일 불승인을 결정했다. 해당 부지가 2006년 고시된 율량시가지 조성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이어서 숙박·판매시설과 주차장·녹지·도로만 허용될 뿐 위락시설은 들어설 수 없고, 관광진흥법 시행령의 사업계획 승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초·중·고교와 아파트단지가 밀집된 준주거지역”이라며 사행성 조장과 주거·교육환경 침해 우려를 함께 들었다.

중원산업은 과거 호텔 안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던 만큼 위락시설 불허는 부당하다며 2024년 7월 22일 청주지법에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 사이 법이 바뀌었다. 송 의원의 개정안이 같은 해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0월 2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면서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의 카지노업은 금지시설이 됐다. 다만 학교 출입문 50m 안 절대보호구역을 제외한 상대보호구역에서는 지역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받을 여지를 남겼다.

1심 각하, 항소심도 “다툴 실익 없다”

청주지법 행정1부(김성률 부장판사)는 2025년 5월 29일 소송을 각하했다. 개정법에 따라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카지노 용도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므로 원고가 소송으로 얻을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중원산업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는 상대보호구역이라도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는데 그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위원회가 열리더라도 교육계의 반대를 감안하면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맞섰고, 재판부는 9월 2일 시의 손을 들어줬다.

두 차례 판결의 논리는 같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호텔이 처분 취소를 받아내더라도 교육감 소관의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라는 관문이 추가되는데, 교육당국과 청주시가 반대 입장을 굳힌 상태에서 재판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1980년 속초에서 출발해 평창을 거친 강원 외국인 카지노의 청주행은 이렇게 1심 각하와 항소 기각 속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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